본문으로 건너뛰기
AXyNowAX IS NOW
분석·2026-06-26·12

AI 발전의 장애물이된 미국, 멈춰버린 Fable 5와 GPT 5.6

클로드 페이블 5는 출시 사흘 만에 막히고, GPT-5.6은 출시가 연기됐습니다. AI 발전의 발목, 안보 도구화, 그리고 주권 AI.

AI 발전의 장애물이된 미국, 멈춰버린 Fable 5와 GPT 5.6
  • AXyNow
  • AI규제
  • 수출통제
  • Fable5
  • GPT-5.6
  • 주권AI
  • 행정명령

프리미엄 AI 매거진 AXyNow, 손상윤입니다.

지난 2주 동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모델 두 개가 멈췄습니다. 그런데 이 둘을 멈춘 건 만든 회사가 아니었어요. 미국 정부였습니다. 하나는 출시 사흘 만에 내려갔고, 다른 하나는 아예 공개가 막혔습니다.

AI를 누가 세상에 내놓을지를, 이제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정부가 결정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먼저 사실관계부터 정리해야겠죠.

모델만든 곳무슨 일명분
Fable 5, Mythos 5Anthropic6월 9일 출시, 12일 전면 차단 (25일 현재 미복귀)수출통제 지시
GPT-5.6OpenAI6월 출시 전망이 제한 프리뷰로 연기행정명령 사전 평가

출처: Anthropic "Statement on the US government directive"(2026-06-12), Axios·Crypto Briefing GPT-5.6 보도(2026-06-25), The Conversation·TechPolicy.Press 해설. 조회 2026-06-26.

Anthropic은 6월 9일 자사 최상위 모델인 Fable 5와 Mythos 5를 내놨습니다. 당시 글래스윙 프로젝트로써 기존 Opus를 아득히 뛰어넘는 엄청난 성능으로 극찬이 자자했었습니다. 그런데 사흘 뒤인 12일,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권한을 들어 수출통제 지시를 내렸어요.

미국 안이든 밖이든, 외국 국적자는 누구도 이 두 모델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

Anthropic의 외국인 직원까지 포함해서요. 회사는 법적 지시라 따랐지만, 공개적으로는 반박했습니다. 이미 알려진 사소한 취약점 몇 개를 시연한 것을 두고 수억 명이 쓰는 상용 모델을 통째로 회수한다면, 앞으로 어떤 회사도 새 모델을 못 내놓는다는 거였죠. 6월 25일 기준으로 Fable 5는 13일째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OpenAI도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6월 말 출시가 점쳐지던 GPT-5.6은, 6월 25일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으로 공개가 미뤄졌어요. 근거는 6월 2일 서명된 행정명령입니다. 정부 사이버 보안팀이 고성능 AI를 일반에 풀기 전 최대 30일간 먼저 들여다볼 수 있게 한 제도죠. 올트먼은 직원들에게, GPT-5.6을 소수 기업 고객 대상 제한 프리뷰로 돌리고 정부가 고객을 한 곳씩 승인하는 방식으로 가겠다고 전했습니다. 출시 베팅 확률은 며칠 새 83%에서 18%로 무너졌고, 실제 공개는 7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사건의 명분은 똑같았습니다. 사이버 보안. 정부는 GPT-5.6을 Anthropic의 Mythos와 동급의 사이버 능력으로 봤고, 그래서 제동을 걸었어요.

저는 이 장면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불과 얼마 전 이 매거진에서 엔비디아 칩 가격과 국산 NPU 이야기를 다뤘죠. 거기서 핵심 키워드가 반도체 수출통제였습니다. 그 빗장이 이제 칩을 넘어 AI 모델 자체로 옮겨붙은 겁니다. 지능이 전략물자가 된 거예요.

여기까지가 사실입니다. 이제부터가 제가 걱정하는 지점입니다. 저는 세 가지가 우려됩니다.

안전을 지키려다 발전을 멈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속도입니다.

지금 AI 모델은 평균 이틀에 하나꼴로 쏟아집니다. 그런데 출시 전 정부 평가에 최대 30일이 걸린다면, 그 한 달은 이 바닥에서 한 세대입니다. 모델 하나가 검토를 받는 동안 경쟁 구도가 통째로 바뀌어 있을 수 있다는 뜻이죠.

Anthropic이 반박한 논리가 정확히 이 지점을 찌릅니다. 알려진 사소한 취약점을 빌미로 상용 모델을 회수하는 게 기준이 되면, 완벽하게 안전한 모델이 나올 때까지 아무도 아무것도 못 내놓습니다. 세상에 취약점 없는 소프트웨어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이 빗장에는 구멍이 있습니다. 막을 수 있는 건 규칙을 지키는 미국 회사뿐이에요. 가중치를 통째로 공개해 버리는 중국의 오픈소스 모델은 행정명령으로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규제는 규칙을 지키는 쪽의 발목만 잡고, 정작 통제하고 싶은 쪽은 그대로 질주하는 역설이 생깁니다.

물론, 이러한 안보적 위험,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AI가 사이버 공격을 자동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실재하고, 정부가 들여다보겠다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순 없어요. 다만 사소한 취약점도 곧 회수라는 기준이라면, 그건 안전장치가 아니라 정지 버튼에 가깝습니다.

문명의 도구가 안보의 무기가 된다

두 번째는 더 근본적인 불안입니다.

두 모델을 멈춘 명분이 사이버 능력이라는 점, 저는 이게 제일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정부가 AI를 사실상 무기로 분류했다는 선언이거든요. 더 똑똑할수록, 더 유능할수록 위험물로 취급받는 구조입니다. GPT-5.6이 막힌 이유가 성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너무 뛰어나서 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게 그 증거고요.

수출통제라는 단어 자체가 냉전의 군비통제 어휘입니다. 미사일과 핵물질에 쓰던 틀을, 이제 지능에 적용하기 시작한 거죠. 반도체가 먼저 그 길을 갔고, 이번에 AI 모델이 뒤를 따랐습니다.

미사일과 핵물질에 쓰던 빗장이, 이제 지능으로 향합니다. 길은 그대로인데 건너갈 수가 없습니다.
미사일과 핵물질에 쓰던 빗장이, 이제 지능으로 향합니다. 길은 그대로인데 건너갈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AI는 원래 의료, 교육, 생산성처럼 인류 전체가 나눠 가져야 할 도구로 기대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국가 안보 자산으로 분류되는 순간, 각국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됩니다. 남의 무기에 의존하거나, 내 무기를 직접 만들거나.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아요. 서로 빗장을 걸고, 자기 진영 안에서만 지능을 키우는 비극이 시작됩니다. 협력의 도구가 경쟁의 무기로 바뀌면 긴장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해는 합니다. 정말 위험한 능력을 가진 도구라면 아무에게나 풀 수 없다는 논리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다만 칼이 위험하다고 대장간을 닫지는 않습니다. 능력 그 자체를 위협과 동의어로 두기 시작하면, 모든 발전이 잠재적 적이 됩니다.

주권 AI가 보험이 된다

세 번째는, 그래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한국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한 줄은 이겁니다. 차단 대상이 외국 국적자였다는 것. 한국은 외국입니다. 미국이 자국 최강 모델에 빗장을 거는 순간, 우리는 그 모델을 아예 못 쓰거나, 쓰더라도 늦게, 그것도 정부 승인을 거쳐 받게 됩니다.

빌려 쓰는 지능은 빌려준 쪽의 사정으로 언제든 끊길 수 있습니다. 지난 2주가 이걸 실제로 증명했어요. 클라우드 너머의 똑똑한 모델에 업무를 통째로 얹어 둔 회사라면, 남의 나라 정부 결정 하나에 그 업무가 멈출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있으면 좋은 것 정도로 여겨지던 선택지들의 무게가 갑자기 달라집니다. 국산 LLM(솔라, HCX, 카나나, 엑사원), 온프레미스 구축, 국산 NPU(퓨리오사, 리벨리온), 자체 인프라. 이것들이 없으면 위험한 것으로 올라서는 거죠. 성능이 최고라서가 아니라, 끊기지 않아서 가치가 생기는 겁니다.

성능이 최고라서가 아닙니다. 끊기지 않아서,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
성능이 최고라서가 아닙니다. 끊기지 않아서,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

빌리는 지능과 가진 지능

저는 휴먼인사이드를 운영하면서 CommanderOS라는 제품을 만들고, 회사 업무 상당수를 AI에 얹어 돌립니다. 그래서 이번 2주가 남 일 같지 않았어요. 내가 매일 쓰는 가장 똑똑한 도구가, 내 결정도 내 회사 결정도 아닌 남의 나라 정부 결정 하나에 꺼질 수 있다면, 그건 내 도구일까요 아니면 잠시 빌린 무기일까요.

발전의 발목, 안보의 무기화, 그리고 주권의 필요성. 지난 2주가 던진 세 가지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우리는 지능을 빌려 쓸 것인가, 가질 것인가.

당장 답을 내릴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빌린 것은 끊길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이번에 분명해졌습니다.

어떤 모델이 한국 실무에서 진짜 쓸 만한지, 직접 재본 결과는 여기 있습니다.

AXyBench 전체 결과 보기

공유XThreads